한국국학진흥원 75권째 국학자료 목록집으로 펴내... 향후 연구계획
한국국학진흥원이 청송심씨 문중의 고서 및 고문서 등 자료를 기탁받아 발간한 "청송심씨 봉고정사 모산서옥"의 표지 |
1995년 창설 이래 "전통을 이어 미래를 여는 국학의 진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활동해온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이 지난 2021년 12월 17일 '국학자료 목록집 제 75권'을 속간했다. 민간에 소장되어 있는 고문서·고서·목판 등의 국학자료를 기탁받아 과학적인 정리·보존 과정을 거쳐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을 해온 한국국학진흥원이 이번에 펴낸 책의 제목은 <청송심씨 봉고정사·모산서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학진흥사업의 지원을 받아 발간한 <청송심씨 봉고정사·모산서옥>은 제목 그대로 청송심씨 봉고정사와 모산서옥의 기탁자료를 정리한 목록집이다. 봉고정사는 청송심씨 광주부윤 총파 약황계 22세 심기택(1837∼1907) 이래 경북 구미 지역 유림의 주요 현안 논의 장소로 활용되어 온 선산읍 소재 전통 건물이다.
모산서옥은 심기택의 증손이자 <교본 역대시조전서>로 국문학계에 큰 업적을 남긴 모산 심재완을 기려 건립된 대구 두산동 모산학술재단 내 소장자료 보관 공간이다. 이번에 봉고정사와 모산서옥은 모두 2263점의 고서(103종 177책)·고문서(1,897점)·서화류(169점 등 희귀 자료들을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했다.
박효관 안민영의 "가곡원류" 이본 중 최남선 소장본 |
2263점 가운데 2019점이 봉고정사에 보관되어온 자료들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그 중에서도 특히 '심기택 호구단자(1863년)', '심기택을 삼선생 청무의 제소로 추천한 망기(1887년)', '심기택을 문정공 우암 송시열 영각 중건의 도감으로 추천한 망기(1902년)', '심기택을 월암정 강학소 강장으로 추천한 망기(1902년)', '심상옥이 지은 추원재기(1911년)', '심상옥이 부친 심기택에게 보낸 편지(1911년)', '김홍진이 심상옥에게 보낸 편지(1908년)' 등을 주요자료로 분류했다.
모산학술재단 내 모산서옥에서 기탁된 자료는 대부분 고서로, 이번에 기탁된 103종 177책 중 99종 161책이 모산서옥에서 나왔다. 한국국학진흥원은 모산서옥 기탁 고서·고문서·고서화 가운데 특히 <가곡원류>와 형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가사 <사형가(작자, 연대 미상)> 등을 주요자료로 분류했다.
최남선 소장본 <가곡원류> 등 희귀자료들 기탁
<가곡원류>는 조선 후기 가객 박효관(1800∼1880)이 문생 안민영과 함께 제작한 가곡 가집(歌集)으로 20여 종의 이본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모산서옥의 책은 1929년 육당 최남선(1890∼1957) 소장본을 저본으로 하여 유인본 형태로 간행한 것인데, 본문 곳곳에 붉은색 펜으로 가필을 하였고, 첨지를 붙여 필기도 해두었다.
<사형가>는 언어적 현상과 꽃에 비유한 표현 등으로 미루어볼 때 자매 사이의 애틋한 정을 담은 것으로 여겨지는 한글가사다. 창문 밖에 홀로 핀 꽃을 보며 이별을 상기하고, 홀로 남은 동생의 외로움이 잘 드러나 있다. 함께 성장하면서 깊은 우애를 나누었지만 혼인으로 집을 떠나는 언니를 붙잡을 수 없는 슬픔을 달이 되어 높이 올라, 봄바람에 나비로 변해서 만나고 싶다고 애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결혼으로 집을 떠나가는 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노래한 한글가사 "사형가" |
'심기택을 문정공 우암 송시열 영각 중건의 도감으로 추천한 망기'는 임인년(1902) 8월 문정공 우암 송시열(1607∼1689)의 영정과 위패를 보관하는 영각을 중건하는 일에서 심기택을 도감으로 추천하는 망기(望記)이고, '심상옥이 지은 추원재기'는 1911년 4월 심상옥이 "근본을 우선하는 것이 자식의 도리이고, 조상을 추모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면서 "자손들은 그 조상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잊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문장화한 추원재 기문(記文)이다.
권오덕 한국국학진흥원 전임연구관은 "이번에 봉고정사와 모산서옥에서 기탁한 자료는 주손인 심우정과 모산 심재완이 그 가치를 알아보고 잘 보관·관리한 덕분에 오늘에 이르렀다"면서 "앞으로 기탁 자료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와 활용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