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가좌동 한옥 카페 오담(ODAM). 보통 까페가 아니다. ‘개건너 대통령’으로 불리던 심재갑 선생님의 350년 된 고택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
인천지하철 2호선 가재울역과 가좌역 사이에 자리한 오담이 까페로 변신한 지 3년 가량 되었지만 풍부한 ‘개건너 역사문화’ 카페는 늘 설레임을 선사한다.
오담 입구에서부터 한옥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댓돌 위에 놓인 흰 남자 고무신이 인상적이다. 입구 대문간에서부터 모든 방의 벽면이 옛날 가좌동의 모습에서부터 대한민국 건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로 가득하다. 이승만, 김구 선생의 사진과 함께 신익희, 이회창, 검여 유희강선생까지. 그리고 길영희 제물포고 초대 교장 선생님의 ‘유한흥국(流汗興國)’ 액자와 사진이 걸려 있다.
지난 5일 방문한 오담에는 엄마가 어린애 손을 이끌고 먼 곳에서 찾아왔다는 손님에서부터 문간채와 안채의 모든 방에 젊은 커플들과 친구들의 모임으로 도란도란 아야기가 가득했다. 이곳의 커피와 달달한 후식 맛이 인터넷에 유명하여 코로나 사태임에도 끊임없이 손님들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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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이야기지만, 오담으로 변신한 고택을 지은 재목은 백두산에서 가져온 것이다. 기와는 임경업 장군 사당이 헐리게 되었다고 해 그 곳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심재갑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기둥과 석까래, 마룻장 등 오래된 것들을 그대로 살리면서 개축을 하노라 반년이면 끝날 공사를 2년 반이나 걸려 끝냈다.
개축 전 29년 간 집을 비워놓고 있었는데, 그 동안에도 심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두번은 오셔서 4곳의 방에 불을 때고 청소를 하시며 보존해 오셨단다. 이날은 선생님이 자세한 사진 설명을 해주시며 오담의 안과 밖을 한바퀴 돌고 뒷 건물로 들어섰다.
오담 뒷편의 심재갑 선생님 개인박물관 |
오담 뒤편에는 2층 건물 크기의 개인박물관이 새로 지어져 있다. 2층의 3면 벽면은 선생님이 평생 모으신 책으로 가득 메워져 있다. 아래 위층에 사진 판넬을 세우고 선생님의 개인사와 더불어 우리 민족사와 인천의 역사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사진들이 빼곡하다. 그 오랜 세월 방대한 자료를 버리지 않고 간직해 훌륭히 전시하신 선생님에 깊은 존경이 우러나온다.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이곳 350년 고택을 위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 그리고 역사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스친다.
제물포고 교사로,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를 지내신 심 선생님은 마을 안에 배움이 어려운 친구나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중3때부터 사랑방에서 야학을 시작하셨고, 제물포고 재임 시절 가좌농업학교를 세워 교장으로 일하셨다.
89세인 심 선생님이 언제까지 저렇게 건강하게 ‘해설사’와 ‘안내자’ 역할을 해 내실 수 있을까 슬그머니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