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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일송상공(諱: 喜壽 11世祖 )과 기생 일타홍의 사랑

  • 기사승인 2019-08-05
  • 신문 138호(2019-08-0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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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심희수가 과거보러 나갔는데...

사랑하던 여인에게 버림받은 심정에 어떻게든 과거에 급제하여 일타홍을 다시 찾아오겠다는 일념으로 분발한지 1년, 마침 별시문과(別試文科)과거가 있다는 방을 보았다. 이 과거는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기념으로 치르는 과거였다.

초조하게 여러 날을 기다리던 끝에 드디어 과거 날이 돌아왔다.

심희수는 목욕재계하고 붓, 먹, 벼루 등을 꼼꼼히 챙겨 집을 나섰다.

얼마나 기다리던 과거이던가! 돌이켜 보면 일타홍을 만나서 다시 공부를 시작한지 만 4년, 그녀는 이 자리에 없으나 다녀와서 반드시 그녀를 찾아 함께 할 것이라 결심을 하였다.

과거장에 당도하고 보니 각처에서 올라온 기라성 같은 인재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아주 어려운 과거장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떨리고 초조하였다. 만일 낙방이라도 한다면 어찌 할꼬...

어머님의 낙담하는 그 모습, 그리고 일타홍을 어디 가서 찾을 것인지? 그것부터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 과장에 과시는 시작되었고 얼마 안 되어 종료되니 이제는 채점이 끝나고 방이 나붙기만 기다리면 된다.

긴장의 순간들은 계속 이어지고 얼마가 흘러 급제자의 방이 나붙었다.

첫눈에 봐도 내 이름이 보인다. 가슴은 터질 듯 두근거리고 그 순간에도 어머님과 일타홍의 얼굴만 아롱거린다.

심희수는 그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문과에 급제 한 것이다.

(이때 급제자는 36명이나 후에 정승반열에 오른 분은 심정승 한 분 뿐임)

쉽게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심희수는 뛰기라도 할 듯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다짜고짜 어머니에게 큰절을 올리며

“제가 급제를 하였습니다. 이번 과거에 급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어머님의 보살펴주신 덕택이옵니다.”

하니 초조하게 아들만을 기다리던 어머님은 아들이 급제하였다는 말에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시며

“오 내 아들아! 참으로 장하구나!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하시면서

“너의 오늘의 영광은 내가 아니라 일타홍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 이니라! 그러니 이제라도 일타홍을 찾아 이 기쁨을 함께 누려야한다.”

“어머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심희수는 이날부터 일타홍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 하였으나 간 곳이 묘연하였다.

심희수는 일타홍이 그리워 자나 깨나 일타홍 생각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급제 된지 10일 만에 심희수는 유가(遊街)의 날을 맞았다. 유가란 급제자가 과거의 시관(試官)과 어른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는 행사이다. 행사는 보통 3일간을 하는데 하루는 문득 김재상(宰相) 댁에 들르게 되었다. 김재상은 돌아가신 아버님과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이다.

김재상은 심희수를 보더니

“자네의 이번 급제를 진심으로 축하 하네! 자네를 위하여 축하주를 한잔 해야지!” 하시며 주안상을 차려오게 하였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곱게 단장하고 주안상을 들고 들어오는 여인은 일타홍이 아니던가! 심희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타홍도 깜짝 놀라 하마터면 주안상을 노칠 뻔하였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김재상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다

“아니 두 사람이 아는 사이던가?”

심희수는 그제야 마음을 가다듬고 그간에 있었던 일타홍과의 사연을 소상히 말하였다. 그리고 지금 찾고 있다는 말도 하였다.

“아! 그런가? 이 애가 자네 副室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심희수는 일타홍이 어떻게 이곳에 있었는지 궁금하여 김재상에 물으니

“일 년 전 어느 날 참해 보이는 한 처자가 찾아와 오고 갈데없는 몸이오니 찬모라도 써 주십시오. 하고 사정을 하기에 딱해 보여 그리 했네. 그런데 음식 솜씨는 말 할 것도 없고 모든 일에 민첩하고 영리해서 내 수양딸을 삼아 친자식처럼 사랑하고 있다네!” 라고 하였다.

말이 끝나자마자 일타홍은 조심스레 심희수 앞에 나와 큰절을 올리며

“서방님의 문과 급제를 진심으로 축하드리옵니다.”

일타홍을 바라보니 두 뺨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심희수도 그리도 그리던 일타홍을 만나니 감격에 못 이겨 눈물을 흘리며

“나의 이 영광은 오직 너의 그 큰 희생으로 부터 나온 것 이니라!”

하며 일타홍의 두 손을 살며시 잡는다.

일타홍도 감격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그것은 모든 것이 서방님 노력에 의한 것이지 소첩이 무엇을 했다 하시옵니까? 그런데 그간 마님은 기체후 만강하시옵니까?”

심희수는 대답 할 새도 없이

“저희 노모가 일타홍을 많이 기다리고 있사오니 일타홍을 집에 데리고 갈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노재상은 껄껄 웃으시면서

“여필종부라 했으니 당연히 함께 가야겠지! 그러면 자네는 내 사위가 되는 것이니 내 딸을 전보다도 더욱 아껴주게나! 이것이 딸을 보내는 부모의 심정이라네!”

심희수는 일타홍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일타홍을 본 노모도 감격의 눈물을 흘리시며 일타홍의 두 손을 꼭 잡고

“내 아들이 네 덕에 문과급제를 하여 뛸 듯이 좋으나 네 소식을 몰라 애만 태우던 차에 너를 다시 만나니 다시없는 경사로구나!”

이렇게 서로 회포를 풀고 있으니 이 세 사람에게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심희수는 다음 달부터 조정에 출사하였고, 그 다음해에는 승문원정자(承文院正字)에 승급되고 보니 너무나 감개가 무량하다.

이 벼슬은 작고하신 아버님의 마지막 직책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때를 맞아 그 벼슬에 오르고 보니 새삼 아버님을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심희수는 이렇게 계속 승진하여 홍문관수찬(弘文館修撰)으로 있을 때였다.

하루는 선조(宣祖)께서 심수찬(沈修撰)을 어전으로 들게 하여 임금님을 배알하게 되었다. 임금님께서는

“심수찬(沈修撰)은 부실(副室)을 두고 있는가?”

심수찬은 깜짝 놀랐다. 어찌 임금께서 일타홍을 알고 계신가 생각하며 “예 그러하옵니다.”

“그러면 내일 일타홍을 대동하고 입궐하라!” 하시는 것이다.

이는 일타홍이 양부로 모시던 김재상이 대궐에 들러 임금임을 알현한 자리에서 심수찬과 일타홍과의 지난날 사연을 소상히 고하였는데, 이 말을 들으신 상감님이 일타홍을 가상히 여겨 부르신 것이라 하였다.

다음날 심수찬은 일타홍과 함께 임금님을 배알하게 되었다.

선조께서는 일타홍을 보시고

“네가 기생의 몸으로 나라의 재목이 될 사람을 길러냈으니 심씨 일가의 은인일 뿐 아니라 과인에게도 다시없는 큰 은인이로다. 그래서 짐은 고마운 뜻으로 이제 작으나마 보답코자하니 무엇이든 네 소원을 말 하거라!”

그러나 일타홍은 아무 말도 못하고 떨고만 있는데

“염려하지 말고 무슨 소원이던 말해보라! 이것 또한 과인의 기쁨이 아니겠느냐!”

상감의 재촉에 일타홍은

“황공하옵니다. 심수찬을 금산군수로 제수하여 주신다면 신첩은 그 이상 기쁜 일이 없겠나이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선조께서는 지극히 의아해 하셨다.

“왜 하필이면 시골 금산고을이냐?”

“금산고을은 신첩의 부모가 살고계신 고향이옵나이다. 심수찬께서 금산군수(錦山郡守)로 제수 받으시어 부임하시게 되면 신첩으로서는 금의환향 일 것으로 아뢰옵니다.”

“과연 너는 영특한 아이로다!”

선조께서는 감탄을 하시며 그 자리에서 심수찬을 금산군수로 제수하여 주셨다.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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