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화채두(紅花菜豆: 붉은 꽃 동부)
8월에 붉은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인 붉은 동부가 등장한 초충화훼화이다. 화면 가운데 여러 덩이의 바위가 포개 올라간 듯 놓여 있다. 이 그림의 괴석은 일반 괴석과는 다른 모습인데, 이것과 비슷한 모습의 바위는 『십죽재서화보(十竹齋書畵譜)』중 「석보(石譜)」에 보인다.
바위표면은 여러 개의 작은 원을 물고기 비늘처럼 중첩시켜 묘사해 놓았다. 바위 밑에는 동부 덩굴이 무성하게 사방으로 벋어있고 그 가운데 빨간 꽃대가 바위 위로 올라와 붉은 꽃을 피웠다. 넝쿨줄기는 군데군데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어 녹색 일색에서 탈피하여 변화를 주었다.
오른쪽에는 호랑나비가 날개를 쫙 펼친 채 꽃을 향해 내려오고 있으며, 그림 맨 밑 부분에는 회색의 껍질을 이고, 주황색 몸체를 가진 아주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다. 현재의 채색은 사생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숙(頤叔)"과 "청송지후(靑松之後)"라는 백문방형 인장이 찍혀 있다. (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