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유거(山林幽居: 산림에 숨어 살다)
상당한 실력자가 산 속에 은거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바위나 토파를 표현하는 구성은 『고씨화보(顧氏畵譜) 제2책에 실린 북송대 동원(董源)의 산수화에 토대를 둔다. 그러나 실제 산의 표현에 들어가면 부벽찰법(斧劈擦法)으로 대담하게 쓸어내렸다. 겸재법을 계승한 기법이다. 그러나 굽이쳐 올라간 낙락장송, 가옥의 형태 등이 모두 화보풍이다.
본채와 곁채를 따로 짓고 육모 정자를 별채로 세운 다음에 연당(蓮塘)을 만들고 연당 앞에는 본채 뒤안처럼 대나무를 심었다. 주인은 정자에서 연꽃을 완상하고 동자는 마당을 쓸며 눈치를 본다. 건물이나 담장 모두 산중 거처로는 어울리지 않게 호사스럽다.
"심사정인(沈師正印)"이라는 방형백문 인장과 "이숙(頤叔)"이라는 방형주문 인장이 찍혀 있다. (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