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계마(柳下繫馬: 버드나무 아래 말을 매다)
버드나무 아래 한 마리의 말이 매여있는 그림은 『고씨화보』에 실린 있는 당대(唐代) 명화가였던 한간(韓幹, 701-761)이 그린 <유하계마>가 유명하다. 현재가 그린 말은 땅에 얼굴을 대고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다. 한간의 검은 말과 비교해 볼 때 현재의 말은 몸집도 작고 힘도 약해 보인다. 아마 현재가 우리에게 친숙한 제주도 조랑말을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말의 목덜미 갈기와 꼬리는 갈색의 가는 선을 여러 번 반복하여 무성하게 처리하고 나머지 몸통 부분은 하나의 필선으로 윤곽만 간략히 드러냈다. 그런데 말의 굴레를 묶은 끈이 두 뒷다리 사이로 사라져 버려 간데 없다. 말이 나무 옆에는 있지만 묶여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버드나무는 둥치를 틀며 올라가다 두 줄기로 나뉘었는데 앞쪽으로 휘어 올라간 가지는 윤곽을 굵게 하여 원근감을 주었고 늘어진 버드나무가지 주위는 푸르게 물들였다. 나무 뒤의 배경에는 토파의 선을 수평으로 그어서 나무의 수직감과 균형을 이루었다. 마지막으로 화면 오른쪽 빈 공간에는 적절한 크기의 인장을 찍어 마무리하였다. 《현재첩》에 실려 있는 그림이다. (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