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토자경(春兎自驚: 봄날 토끼가 스스로 놀라다)
화조와 영모가 한 화면에 길이 나타난 그림이다. 바위 옆쪽으로 붉은 모란 두 송이가 노란 꽃술을 보이며 활짝 피어 있고 한 송이는 봉오리를 이루고 있다. 모란과 같이 대가 자라고 있으며 바위 위로는 나무줄기 두 갈래가 서로 엇갈리게 자라났는데 한 줄기는 화면 위를 가로지르고 그 끝에는 빛이 고운 파랑새 한 마리가 사뿐히 앉아 있다. 나뭇가지에는 새잎이 돋아났지만 아직 엉성하다. 땅 위에서도 풀들이 푸른 빛을 띠며 올라오고 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이 그림의 주인공 격인 토끼 암수 한 쌍이 무엇에 놀랐는지 빨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 바라보고 있다. 모란꽃 향기에 취해서인지 파랑새의 지저귐에 놀랐는지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구도는 괜찮은데 사물의 묘사력이 떨어져 현재의 영모화 중에서 평범한 그림에 그치고 말았다. 이 그림 역시 《현재첩》에 실려 있다. (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