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변수우(溪邊水牛: 시냇가의 물소)
현재(玄齋)가 쌍 폭으로 그린 <상우도(象牛圖)> 중 두 번째 소 그림이다. 조선시대 소 그림은 중기 김시(金禔,1524-1593)와 손자 김식(金埴, 1579-1662)에 의해 대표되는 화제(畵題)이다. 중기에 많이 그려진 소 그림은 후기에 들어가서는 그림의 중심 주제로 그려지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중기의 소 그림은 중국의 물소를 양식화시켜 극히 단순한 모습으로 이어지는데 현재는 어느 정도 사생성을 가미하여 표현하고 있다. 위로는 나무 세 그루가 봄꽃을 막 피우고 있고 안개는 나무 중간에 휘돌아 가며 화면 위를 아스라이 채우고 있다. 그 주위에는 봄풀이 나기 시작하여 소들에게 좋은 안식처를 제공하고 화면 아래로는 봄비로 불어난 시내의 물들이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가고 있다.
봄날 여유로운 산기숡에 한가한 두 마리의 소가 고삐도 메지 않고 자유로이 노니는 정다운 그림이다. 관서에는 "방항자수필(倣項子須筆) 현재(玄齋)"라 되어 있고 "현(玄)", "재(齋)"라는 백문방형 인장이 찍혀 있다. 화면 아래 왼쪽에는 "청송심사정인(靑松沈師正印)"이라는 주문방형인장이 찍혀 있다. (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