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문월(松下問月: 소나무 아래에서 달에게 묻다)
한 노인이 낙락장송 아래에서 바위에 걸터앉아 있다. 맨발 벗은 채 솔가지 사이로 둥그렇게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며 무엇을 묻고 있는 듯하다. 등뒤 소나무 둥치 아래에서는 동자가 화로에 불을 지피며 차를 달이고 있다.
여느 그림에 비해 인물들의 얼굴 묘사가 섬세하다. 섬세한 얼굴이나 손발과는 달리 한 붓으로 쓸어내린 도포자락은 매우 거칠어 대조적인 어울림을 이룬다. 옷매무새를 야무지게 차린 맑은 얼굴의 동자는 눈동자도 반짝반짝 빛난다.
인물을 중심에 두고 구성한 화면에서 배경을 이루는 나무가 적절한 조화를 이룬 그림이다. 솔가지가 반쯤 가린 달은 도사의 마음 속에 이미 달이 아니다. 자연의 이치도 저 밝은 달 안에 들어 있고, 내 마음도 둥근 달에 담겨 있다. 그밖에 더 무엇을 묻고 무엇을 답하겠는가. 보름달 아래로 박쥐 한 마리가 날고 있다. 이 노인이 천년묵은 박쥐의 화신이라는 신선 장과(張果)란 말인가. (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