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무진(江山無盡: 강산은 끝이 없다)
담담하고 따스한 필치로 강산의 끝없는 아름다움을 표현한 그림이다. 조선 중기 야담을 집대성한 『어우야담(於于野談)』의 저자 유몽인(柳夢寅, 1559-1623)은 모든 만물에게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것이 천리(天理)이지만, 강산(江山)의 청풍명월(淸風明月)만은 다함이 없다고 하였다. (『於于集』卷4, 「無盡亭記」)이러한 생각은 유몽인 이전부터 많은 문인들에 의해 시로 읊어지고 그림으로 그려졌다.
심사정 역시 이 화제(畵題)를 연녹빛의 화사한 색감과 담담한 먹빛으로 표현하였다. 왼편 하단에서 시작된 산의 능선은 중앙을 거쳐 오른편 상단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사이사이 피어오르는 안개는 산을 더욱 멀고 깊게 느껴지게 한다. 산과 산 사이에는 군데군데 마을이 들어서 있다. 여러 채의 집들이 보이고 마을 입구에는 높은 관문이 있어 제법 규모가 커보인다.
오른편으로 안개에 잠긴 채 펼쳐진 나루에는 돛을 내리고 정박한 배들이 여러 척 보인다. 인간의 유한함에 비해 강산이 무한함을 표현하기 위해서인지 이 그림에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심사정은 이러한 그림을 토대로 이후 생애 최고의 득의작이라 할 수 있는 〈촉잔도(蜀棧圖)〉를 그리게 된다. (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