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탄예선(急灘曳船: 빠른 여울에서 배를 끌다)
《방고산수첩(倣古山水帖)》의 6번째에 해당하는 그림으로 거친 여울을 주제로 하고 있는 그림이다. 조선 중기 문신으로 특히 시부(詩賦)에 뛰어났던 현주(玄洲) 조찬한(趙纘韓, 1572-1631)은 거친 여울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급한 여울 치달리니 사마(駟馬)이고,
곧게 쏟아지니 병 물과 같다.
삐죽삐죽 솟아난 돌 성내어 일어서니,
호랑이 이빨 모진 주둥이에 가로 놓은 것 같네.
(急灘劇奔駟, 直瀉如甁水. 嵯岈石怒竪, 虎牙橫獰喙.)"
(『玄洲集』 卷1, 『急灘』)
조찬한이 읊었던 그 여울이 심사정의 그림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듯 물결의 역동적 표현이 돋보인다. 전체적인 구도는 앞서 살펴 본 〈장강철방(長江疊嶂)〉과 유사하여 역시 『개자원화전』의 이공린 그림이 범본이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왼편에서 군데군데 솟아있는 바위 사이를 거칠게 흐르고 있는 물줄기 표현은 『개자원화전』의 산석보(山石譜)에 있는 "화강해파도법(畵江海波濤法)"과 연관이 있다.
《개자원화전》에서는 파도의 표현에 대해 설명하면서 산에 기이한 봉우리가 있는 것처럼 물에도 역시 기이한 봉우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위로 인해 생기는 하얀 파도를 백마(白馬)에 비유했는데, 심사정은 이 화면안에 수없이 많은 백마를 풀어놓고 있다. 심사정의 이파도 표현은 《방고산수첩》이 완성된 다음해인 1764년 그려진 〈선유도(船遊圖)〉(개인소장)에서 더욱 정제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왼편 상단에 있는 관문 안 마을로 가려는 배에는 짐이 가득 실려 있는데, 거친 물살 때문에 배가 거슬러 오르는 것이 무척이나 힘겨운 듯 가축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열심히 끌어 올리고 있다. 이층 누각의 관문안에 있는 마을은 그 규모가 상당한 듯 고루거각(高樓巨閣)이 여러 채 눈에 띈다. 거친 물살의 역동적인 표현과 함께 다양한 색감이 넉넉히 사용되어 화사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이다. (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