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출수(白雲出岫: 흰 구름이 산봉우리에서 나오다)
무너질 듯 위태위태하게 높이 솟아 있는 산과 그 아래 골짜기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는 흰구름을 표현한 것으로 《방고산수첩(倣古山水帖)》의 5번째 그림이다. 바위산의 산세와 구름의 모습이 비슷해서 마치 구름이 굳어 그대로 바위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이러한 준법(皴法)은 원말사대가(元末四大家)의 하나인 왕몽(王蒙, 1308-1385)의 바위 표현법을 응용한 것으로, 『개자원화전』에 그 모범이 있다.
그러나 《표현양선생연화첩》의 〈계산소사(溪山蕭寺)〉에 등장하는 산의 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듯 심사정은 왕몽의 준법을 그대로 화면에 옮기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변용하였다. 더욱 미세한 붓질로 중첩한 운두준법(雲頭皴法)은 마치 바위가 구름처럼 꿈틀거리며 흘러갈 듯한 모습으로 착각할 만큼 유연하게 표현해 놓았다.
강변에 접해 있는 여러 채의 집들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그리고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 거대한 바위의 질량감에 눌려 왜소하게만 느껴진다. 강 건너에는 마을 사람들이 양식을 얻는 논과 밭이 있어 고기잡이와 농사를 겸하는 마을의 살림을 짐작케 한다. 전체적으로 담묵을 사용하여 옅은 채색감을 보여주고 있는데, 원경으로 펼쳐진 넓은 공간감으로 인해 그림이 더욱 투명하게 느껴진다. (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