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모옥(疏林茅屋: 성근 숲의 초가집)

《표현양선생연화첩》의 13번째 작품으로 성긴 숲 속에 자리하고 있는 초가집 그림이다. 심사정이 남종화의 근원을 탐구하면서 원말사대가(元末四大家)에까지 추적하여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원말사대가 중에서도 가장 배우기 어렵다는 예찬(倪瓚, 1301-1374)의 측필(側筆)을 이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바위와 나뭇가지를 비롯해 그림의 전체적인 표현이 부드러운 필선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어지는 듯한 측필로 묘사되어 있는 것이다. 예찬의 필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김조순(金祖淳)의 표현이 아마도 이 그림을 두고 했던 것일런지 모르겠다. (『楓皐集』卷16, 『題謙齋畵帖』)

먹의 사용을 극도로 절제하는 건필(乾筆)의 필묘(筆描)위주로 그리면서 형태의 표현에 집중하였다.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바위의 기이한 모습이 시선을 끄는데, 이러한 바위의 표현은 중국의 화보에는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심사정이 중국의 여러가지 화보를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표현법을 찾아가는 과정의 소산으로 여겨진다. 바위 밑에 자리한 초가집은 바위의 기세에 눌려 그저 작게만 느껴지는데 바위 윗부분 평탄한 곳에 자리한 정자와 대칭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다양한 색의 사용을 자제하고 엷은 청록색으로만 일관하여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소슬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오른편 상단에 "현(玄) ․ 재(齋)"라는 반원형의 인장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모습은 심사정의 세심한 감성을 엿보게 한다. (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