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심춘(渡橋尋春: 다리 건너 봄을 찾다)
매화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잔설(殘雪)이 남아 있는 겨울에 파교(灞橋)를 건너 매화를 찾아 떠났던 맹호연(孟浩然: 689-740)의 이야기는 널리 아낌을 받아 후대에 전해졌다. 이 낭만적인 이야기는 『고씨역대명공화보(顧氏歷代名公畵譜) 』 또는『당시화보(唐詩畵譜)』등에 나귀 타고 매화를 찾아 떠나는 선비의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이후 누구나 즐겨 인용하는 화제(畵題)로 자리 잡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파교심매도(灞橋尋梅圖)>(1766년 작)는 그러한 맹호연의 고사를 그린 심사정의 말년작으로 유명하다. 여기 보이는 그림도 그러한 부류의 그림인데 여기서는 선비가 나귀를 타는 대신 손에 긴 지팡이를 짚고 있다. 선비가 떠나온 곳은 아직 잔설이 남아 있는 겨울일지 몰라도, 이 곳 다리 건너의 세상은 완연한 봄이다. 벌써 버드나무는 물을 한껏 머금은 채 싱그런 연녹색으로 하늘거리고, 사립문 너머 훌쩍 큰키의 두 그루 나무는 넓은 잎새를 한껏 뽐내고 있다.
웅장하게 솟아 있는 산도 골짜기를 중심으로 연녹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화보에 등장하는 탐춘도(探春圖)류의 전형적인 구도를 하고 있지만 심사정은 세부의 표현에서 나름대로의 기법 변용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간결하면서도 정겨운 느낌을 준다. 사립문 안에 인기척이 없어서 그런지 봄날의 고요가 수면 위로 잔잔히 퍼지고 있다. "심씨이숙(沈氏頤叔)"이라는 인장이 빈공간에 큼직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