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명선(柳査鳴蟬: 버드나무 등걸에서 매미가 울다)
고래(古來)로 매미를 읊은 유명한 글들 중 하나는 송대(宋代)문사인 구양수(歐陽修, 1007-1072)가 지은 『명선부(鳴蟬賦)』이다. 『명선부』에서 후대에 많이 인용된 구절을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갸날픈 소리는 피리소리가 아니고,
맑은 소리는 현의 소리와 같다.
찢어질 듯 막 부르짖다가 다시 오열하고,
처절하게 끊어질 듯하다가 다시 어어진다.
한 가지 소리를 토해내 율을 맞추기 어려운데,
오음률(五音律)의 자연스러움을 함축했구나.
나는 그것이 어떤 물건인지 알지 못했는데,
그 이름이 매미라고 한다.
(嘒嘒非管, 泠泠若絃, 裂方號而復咽, 凄欲斷而還連. 吐孤韻以難律, 含五音之自然, 吾不知其何物, 其名曰蟬.)"
구양수의 『명선부』를 문사들이 읊으면서 묵객들은 매미를 자주 그림으로 그려내게 되었다. 겸재 정선의 매미 그림(간송미술관 소장)이 유명한데 현재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오래된 버드나무 굵은 둥치는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듯 부러져 있고, 그 옆에는 새 가지가 자라나 새 잎을 틔우고 있다.
고목 둥치 한가운데 매미 한 마리가 다리를 벌려 가지와 일자로 몸을 딱 붙이고 있는데, 현재의 다른 곤충 묘사와는 다르게 가는 선을 써서 눈에서부터 큰 날개 끝가지 자세히 묘사하였다. 아마도 매미 날개가 투명이라서, 날개의 많은 선맥들이나 검은 몸체의 주름 마디들을 다른 곤충들처럼 단순히 몇 개의 점으로 표현하기에는 기법상으로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듯하다. 또한 매미그림의 전통은 이렇게 나뭇가지 하나와 매미 몸체만을 집중해서 그리는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림 오른쪽이 허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버드나무 가지 하나가 오른쪽으로 벋어갔고, 그것이 끝나는 곳 위에 관서(款書)하고 인장을 찍었다. "현재(玄齋)"라는 주문인장이 찍혀 있다. (卓)